<당신이 사는 곳: 불가능한 집 짓기>, 전시 전경, 평화문화진지, 2021
<2021.04.21-07.21>, 캔버스 위에 시멘트, 116.5x182.5cm, 2021(외 14점)
<1:45pm>, 우드 트레이, 시멘트, 24.1x9.4cm, 2021
<apt. #2>, 14.5x10cm(each), 건축 자재, 에폭시, 반찬통, 2019
<당신이 사는 곳: 불가능한 집 짓기>, 전시 전경, 평화문화진지, 2021
<2021.05.18>, 판넬 위에 시멘트, 접착제, 붕대, 45.6x33.4cm, 2021(외 2점)
<Apt.>, 낙엽, 레진, 가변설치, 2021
불가능한 집 짓기

2021년 6월 22일 전시를 앞두고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동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안전하다고 믿어 왔던 ‘집’ 안까지 침투한 미세한 입자는 단단하게 지은 집을 미세하게 분해하기 시작했다. 극미세 물질의 탐험은 시작되었다.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극미세 분자들은 이동하며 일상에 침투한다. 때로는 서로 엉겨 붙고, 조립하여 새로운 물질을 만들고, 잠시 거주할 집을 짓기도 한다. 잠시 거주한다는 것은 또다시 이동을 준비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들은 촘촘히 그리고 단단히 하거나 엉성하지만 미세한 흔적을 남긴다. 나는 그 흔적을 채집하고 그들의 이동 경로를 파악했다. 그들은 과거가 아닌 미래에서 온 너와 나의 흔적일지도 모르겠다. 

어릴 적 읽은 <세 마리의 아기 돼지> 이야기가 생각난다. 짚더미로 만든 첫째 돼지의 집이 늑대의 입김으로 날아가 버렸고, 나무로 지은 둘째 돼지의 집 역시 입김으로 부서진다. 튼튼한 셋째 돼지의 벽돌집만은 입김으로도 부숴버릴 수 없었고 더 강력한 콘크리트는 하늘 높이 치솟아 오르며 지금 세계에서 우리를 단단히 지켜 줄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그때 포기했다고 생각한 입김은 더욱 미세하고 매우 강력하게 돌아와 집을 부수지 않고도 집에 머물지 못하게 했다. 막내 돼지의 그 단단한 벽돌집에 대한 믿음으로부터 시작한 지금의 작업은 부스러지기 쉬운 낙엽으로 벽돌을 만들어 사용 불가능한 집 짓기를 시도한다. 시간이 지나면 토양 속으로 부식되는 낙엽은 부엽토가 되어 다시 싹을 틔우기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해러웨이 (Donna Jeanne Haraway, 1944)가 인간(human)이라는 단어의 어원을 부엽토(humus)로 본 것처럼 결국 우리는 미세한 입자의 형태로 돌아가 나의 흔적으로 남을 것이다. 과거가 아닌 미래에서 온 너와 나의 흔적일지도 모르겠다.
<뮤(μ)>, 전시 전경, 공간일리, 2021
뮤(μ)

현재 대구에서 레지던시 생활을 하고 있는 나는 본가인 인천과 볼 일을 보기 위해 서울을 주기적으로 오간다. 지리상으로는 한반도의 끝과 끝에 가깝지만 2시간 남짓한 시간이면 기차로 자유로이 이동 할 수 있는 거리이기도 하다. 주로 나는 기차를 이용하는데 부산에서 출발하여 서울로 가는 기차를 타면 내가 대구에서 타기 이전에 내가 앉을 자리에 타고 내린 사람의 흔적을 종종 발견 한다. 등받이 윗부분에 부착된 부직포 재질의 하얀 시트에 끼어 있는 머리카락 혹은 의자 시트에 묻어 있는 비듬인지 각질인지 알 수 없는 하얀 가루 등 말이다. 이 작은 입자들은 어디에서 출발하여 어디까지 이동하는 것일까?

이번 전시 제목 <뮤(μ)>는 미생물의 크기와 같이 아주 작은 크기를 잴 때 사용하는 micron의 기호이다. 코로나-19 이전 2019년도 인천 연안부두에서 진행한 이번 작업은 항구 입구에 놓여진 방역매트(신발 소독용 매트)로부터 시작되었다. 방역매트는 질병을 전파할 수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외부의 유해 균을 일차적으로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이는 여러 섬과 인근 나라들을 오고 가는 항구의 특성 상 위험요소를 방어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인 것이다. 특히, 해외로부터 유입 가능성이 높은 가축전염병의 유입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국제공항과 항만에서 신발 소독용 매트(카펫트)로 주로 사용되고 있는데, 나는 위 매트를 질병 발생을 대비하고 지역과 지역을 잇는 중간지대로 설정해 보았다. 중간지대 안에 모여 있는 어디로부터 왔는지 알 수 없는 미세한 입자들을 수집하여 그 경로를 추적해 보는 나의 작업은 그것들이 이 장소를 거치지 않고 다른 장소로 이동했을 경우를 상상해본다. 사실 미세한 입자의 이동을 완전히 차단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입자들은 때로는 우리 일상에 균열을 일으키고 해를 끼치지만 그들은 상황에 맞추어 변모하며 살아간다. 예를 들어 코로나-19가 최초 발원된 이후 생긴 각종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를 들 수 있다. 그들은 모습을 바꾸어 가며 그들의 방식대로 생존을 이어 나가고 있다. 현재까지 이름이 붙혀진 것 중에는 제타, 람다, 델타, 카파, 요타, 감마, 베타, 알파, 세타, 엡실론, 뮤, 에타, 델타플러스가 있고 이름이 없는 것을 포함하면 4000개가 넘는다. 이 글을 쓰는 오늘 기준(2021년 09월 27일)으로 신규 코로나 확진자 절반 이상이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다고 한다. 나는 이 작은 입자들의 경로를 추적하며 내가 어디로부터 왔는지 궁금한 건지도 모르겠다.
B씨의 일기

인천 항만 공사 재난 안전실에서 일하는 나는 이곳에서 근무한지 벌써 40여년이 되어간다. 내가 신입으로 들어왔을 때만 해도 항구는 사람이며 동물이며 각종 화물들이 끊임없이 드나드는 일종의 시장통과 같았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벌써 세월이 40년이 흐르다 보니 이제 항구는 온통 로봇들이 예전에 하던 일을 대신하고 있어서 화물을 나르는 배에도 안전 요원 한 명만 승선하고 나머지 업무는 항구의 컨트롤 타워와 선박 내의 컴퓨터가 조종하고 있다. 가끔씩 보이는 사람들은 선박 안전 요원이나 난민 수송선을 타고 오는 난민들 그리고 요즘은 잘 이용하지 않지만 여객선 이용객들이 전부다. 모든 것이 다 전산화 되어 있고 항해 중 혹은 항해하기 이전에 발생하는 위험요소들은 인공 지능이 사전에 탐지하여 예방하기 때문에 사고율은 현저히 낮아졌다. 그래서 요즘 내가 하는 일도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는 추세인데 최근 몇 년 사이에 새로운 문제가 생겨났다. 

바로 가끔씩 들어오는 사람들로부터 생겨난 문제다. 우리 항만에서는 입국자 검역을 하기 위해 10년전부터 검역장 입구에 ‘Micro Shower Booth’를 설치하였다.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이 체내에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유전 형질을 미세 입자로 변환시켜 이 샤워 부스를 통해 분사하는 형식이다. 우리나라에 입국하는 사람들이 어떠한 전염병을 가지고 있을지 모르기에 우리나라 사람들 유전 형질에 맞게 변환한 마이크로 입자로 샤워를 하는 것이다. 입국 기간에 따라 샤워 부스를 통과하는 시간도 달라지는데, 마이크로 입자가 체내에 생존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마치 유통기한이 정해져 있는 신선 제품 겉에 포장을 한번 하는 것과 같기 때문에 이전에 주로 사용했던 이미 가지고 있는 균을 없애는 소독약과는 다르다. 샤워 부스가 도입되고 6년간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 오히려 항구뿐 아니라 공항 그리고 해외 수출까지 이어져 전세계적으로 바뀌는 검역 트렌드가 되고 있었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우리가 설계해 두었던 마이크로 입자의 생존 기간 중 변이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정부는 최초 변이 발생 시점으로 보았을 때 감염자가 우리 항만을 통해 입국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아마 입국 후 기존 체내에 있던 전염병 유전 형질이 샤워 부스에서 분사한 마이크로 입자와 결합하여 변이된 전염병으로 바뀌었을 것이라 추측하고 있다. 우리는 이 전염병을 ‘MSB’ 라고 부르고 있는데 이것이 생각 보다 전파력이 매우 강력하여 현재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나는 이 전염병의 최초 발원지에서 근무하는 재난안전실 책임자로서 문제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현재 질병관리청, 국립검역소, 보건복지부를 드나들며 합동 조사 중에 있다. 최초 감염자를 통해 전파된 MSB는 현재 시간이 경과됨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퍼져 변이된 형태만 4000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되고 국내 일일 확진자만 3000명 그리고 사망자는 50명에 이르게 되었다. 걷잡을 수 없이 피해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제약사는 다시 각국 유전 형질에 맞는 마이크로 입자를 개발 중이지만 속도가 더디고 다시 이 입자도 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몇 년간 지속된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해결책은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 그리고 이 사건은 누구로부터 시작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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