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ic Dust>, 전시 전경, 탈영역우정국, 2022
<인천국제공항 제 1,2 여객터미널>, 228x735cm, Collagraph, 2022
<내 컴퓨터>, 가변 설치, 모바일 기반 증강현실, 2022
<파주 작업실>, 가변 설치, 먼지표본, 프로젝터, 2022
 <인천국제공항 제 2 여객터미널>, 20x20cm(each), Collagraph, 2022 
<파주 작업실>, 가변 설치, 먼지표본, 현미경, 소설, 2022
<동대구역>, 70.5x99.5cm(each), Collagraph, 2022
제 3 염색체

모두가 같은 모습을 하고 살아가고 있는 이곳은 바로 화성이다. 이곳 사람들은 머리의 크기가 작고 후두골이 납작하며, 둥글고 납작한 얼굴에 양쪽 눈 사이가 넓게 벌어져 있다. 눈꼬리는 치켜 올라가 있고 얼굴근육의 긴장도가 낮아 윗입술이 들리고 아랫입술이 밖으로 나오는 전형적 모습을 보인다. 게다가 어눌하고 느린 말투마저 모두 닮아 있는 이들은 화성 이민자 3세대들이다. 지구에서는 이러한 특징을 가진 이들을 ‘다운증후군’이라 불렀다. 다운증후군은 가장 흔한 염색체 질환으로 정상적으로 2개 존재해야 하는 21번 염색체가 3개 존재하는 질병이다. 대표적으로는 전형적인 얼굴 모양, 생체 지능저하가 있고 그 외에 저혈압, 단두증, 선천성 심장기형, 백내장, 근시, 원시 등 눈의 이상, 짧은 손가락, 일자로 가로지른 손금, 항상 입을 벌리고 있는 모양 등도 관찰된다. 또한 면역체계가 약하여 폐렴 등 감염성 질환에 잘 걸린다. 하지만 이 곳 화성에서는 이들의 이러한 특징이 질병이 아니라 진화의 산물로 남아 있는 것이다. 100년 전, 화성 이주 프로젝트 진행 당시 이미 지구는 먼지로 뒤 덮여 살 수 없는 환경이 되어 있었다. 더 이상 숨을 쉴 수 없었다. 별도의 호흡 장치 없이는 어떤 동, 식물도 살아남기 힘든 환경이 되어버렸다. 씨앗 저장고에 보관해 두었던 씨앗 종자로 여러 과학자들이 식량 확보를 위해 실내 재배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계속되는 실패와 한계에 부딪혀 프로젝트는 허무하게 끝이 났다. 이로써 더 이상 지구에는 희망이 남아있지 않았다. 결국 남은 비장의 카드를 쓰는 방법 밖에 없었다.

바로 오래전부터 계획해 온 화성 이주 프로젝트였다. 지구인을 화성으로 거처를 옮기는 이 프로젝트는 지구가 더 이상 사람이 살기 힘든 환경이 되어 버렸기에 태양계에서 가장 지구의 환경과 유사하고 근접 거리에 있는 화성을 가장 최적의 이주 장소로 꼽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이주 프로젝트에는 모든 지구인이 대상자가 되지 못했다. 수송 능력과 과학 기술의 한계로 이주 가능 인원이 상당히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당시 이주한 사람들은 지구에서 재벌, 고위 정치인, 연예인 등 사회적 명성이 있고 힘이 있는 자들로 서로 앞 다투어 화성 행 티켓을 거머쥔 자들이었다. 이들은 먼지로 뒤덮인 지구를 뒤로한 채 화성에서의 새로운 출발에 대한 기쁨과 희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기쁨도 얼마 가지는 못했다. 이주한지 채 한달이 되기도 전에 몇몇 사람들 사이에서 독한 감기 증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화성은 대기에 산소가 매우 희박하기 때문에 모든 이주민들은 정화 시스템과 자가 산소 발생기가 가동되는 유리 돔 안에 살고 있었다. 밀폐된 유리 돔 곳곳에서 들리는 기침 소리와 사람들의 앓는 소리는 이 주황빛을 띄는 행성에서 유독 사람들의 병색이 더욱 악화돼 보이게 만들었다. 시간은 계속 흘러 갔지만 알 수 없는 이 질환은 기존 감기약으로 낫지 않고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은 매일 같이 늘어날 뿐이었다. 치솟는 발병률과 중증환자 증가로 원인마저 알 수 없으니 사람들은 극심한 불안과 공포에 휩싸였다. 과학자들은 해결책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또 맞대었다. 밤낮으로 신약 개발은 물론이고 이 새로운 행성으로 이주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전염병일 수도 있다는 가정하에 토양 및 대기 중에 떠다니는 입자들을 채취하여 기존 지구의 것과 대조하여 분석하기도 했다. 실험은 계속되었지만 시간이 지나도 이렇다 할 성과가 없으니 점점 미궁 속으로 빠지는 것만 같았다. 화성 총 연합 지휘관, 지구에서는 한 나라의 대통령쯤 됐을 그 역시 민심을 바로잡기 위해 하루 빨리 신약이든 자연적 해결이든 문제가 해결되어야 만했다. 연합 본부의 압박도 날로 심해지는 상황이었다. 매일이 실험실은 긴장과 적막 그리고 실험 실패를 맛볼 때 마다 나오는 탄식으로 공기가 무거웠다. 이 실험실에는 지구에서 선정된 각 나라의 유명 과학자들 그리고 이들을 보조할 조수들 몇몇 총 1000여명에 달하는 사람이 있었다. 이러한 무거운 공기 속에서 바버라는 무언 가에 몰두해 있었다. 그녀가 바라보는 것은 바로 실험실 한 켠에는 화성 대기를 이루고 있는 산소, 이산화탄소, 질소, 아르곤의 수치가 실시간으로 나타내는 전광판이 있었다. 

그녀는 다른 동료들이 대기 샘플 분석과 신약 개발로 골머리를 앓고 있을 때 오로지 전광판만을 거의 하루 종일 심각하게 쳐다보았다. 그리고 메모하기를 반복했다. 그러기를 몇 달이 지났을까? 그녀는 이제 무엇인가 알아냈다는 듯이 나지막하고 단호한 어조로 “이거였어.” 라고 말했다. 실험실은 너무나도 적막했기에 그녀 주위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긴급하게 회의가 열렸다. 그녀는 몇 달간 분석한 결과를 사람들 앞에서 발표했다. 발표 제목은 ‘변화하고 있는 화성 대기의 원소 비율’이었다. 그녀의 발표 내용은 제목 그대로 화성 대기를 이루고 있는 원소의 수치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발표의 내용은 이러하였다. 화성의 대기권은 이산화탄소와 소량의 질소와 아르곤, 그리고 극 미량의 산소로 구성되어 있다. 의외로 화성 대기에서 산소의 비율은 지구 대기의 이산화탄소 비율보다 높으나, 화성 지표의 기압이 0.0063기압 밖에 되지 않는 관계로 생명체가 호흡하기에는 부적합하다. 고로, 현재 화성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유리 돔 밖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0.0063기압은 지구상에서 해발 80km 정도의 고도에 해당되는 기압으로 거의 진공 상태나 다름없는 정도라 공기가 존재한다고는 거의 볼 수 없는 정도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산소와 이산화탄소 그리고 질소와 아르곤의 수치가 지난 몇 달간 수도 없이 변화해 온 것이다. 명확한 원인을 알 수 없으나 바버라는 대기 원소 비율이 이렇게 극변한 이유를 지구인의 대규모 이주과정에 있다고 보았다. 

이전 화성 이주 프로젝트 당시에는 몇몇 우주인들이 화성에 탐사를 가서 토양 샘플을 채취하고 그때 마다 조립식 거주 공간을 조금씩 짓고 오는 것이 전부였다. 물론 점차 탐사를 가는 우주인도 늘어나고 조립식 모듈도 점차 커져서 여행객을 받을 수 있는 크기 정도가 되었다. 그리고 추후에 지구인들의 대규모 이주를 고려하여 여러 시뮬레이션과 수학적 계산 끝에 지금과 같은 유리 돔 안에 작은 사회를 구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뮬레이션과 실제 대규모 이주에는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여러가지 변수들이 있었다. 유리 돔 안에 현재 살고 있는 사람은 총 1억명으로 그들이 매일 같이 배출하는 분뇨, 쓰레기, 폐수 그리고 이산화탄소, 메탄 등은 정화되어 외부로 배출하였지만 이 양은 우리가 계산했던 것 보다 훨씬 많았고 그 사이 화성의 미생물 세계를 변화시키고 있었다. 우리가 배출하는 것과 화성의 미생물들은 임의적인 방법으로 유전 물질의 일부를 서로 끊임없이 교환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산소는 짧은 시간 동안 과도하게 발생하여 급격히 대기 중에 축적되었다. 바버라가 관측한 화성 대기 원소 비율의 변화의 원인은 바로 여기에 있었던 것이다. 너무나도 짧은 시간에 발생한 일이라 바버라 역시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 말이 되지 않았다. 이전에 지구에 있을 당시 지구 온난화 문제만 해도 그 문제가 심각하긴 하였으나 상당기간 오랜 시간에 걸쳐 문제가 드러났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불과 1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원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바버라는 지구에서 이와 비슷한 경우로 아주 먼 옛날 태고대와 원생대에 대기 중의 산소가 0.0001퍼센트에서 21퍼센트로 증가했는데 지구의 역사상 가장 심각했던 대기 오염으로 꼽힌 사건을 알아냈다. 이 때 많은 종류의 미생물이 순식간에 사멸했다. 그 중 살아남은 미생물들이 번식과 유전자 교환으로 어떤 박테리아는 산소를 생산하고 또 어떤 종류는 이를 이용함으로써 전 지구적으로 산소 농도의 균형을 유지했다. 여기서 바버라는 힌트를 얻었다.  

결국 완벽히 정화되지 못한 채 버려진 지구인들의 폐기물이 화성의 미생물들과 만나 화성의 생태계를 변화시키고 있었으므로 유리 돔 안의 정화 시스템도 오작동을 하여 실내의 환경을 바꾸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사람들은 원인을 알 수 없는 감기 같은 질병, 더 나아가 중증환자들의 증가로 사망자도 급속도로 늘어났던 것이다. 바버라는 이 문제를 과거 미생물들의 변이 과정에 주목하여 해결할 수 있다고 보았다. 급속한 산소의 증가는 우리 체내의 염색체 또한 변화를 주면 이 환경에 적응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1000여명의 과학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바버라가 발표한 내용은 가희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게 사실이라면 염색체 변화를 주기 위해 하루 빨리 임상시험을 실행해야 했다. 회의장 안은 여기 저기서 웅성 거리는 소리들로 가득했다. 그리고 바로 그 다음날 이 소식을 들은 상부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조속히 진행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지체할 시간도 없이 임상시험 팀이 꾸려졌고 이주민들 가운데 임상시험자들을 모집하여 염색체 주사를 새로 개발할 때 마다 투입하여 경과를 지켜보기로 했다. 염색체 주사는 크게 우리 체내에 있는 염색체 중 특정 번호의 염색체를 1개 줄이는 주사, 혹은 증가시키는 주사로 나뉘었다. 우리 몸의 다양한 번호를 가진 염색체들이 있었으므로 이 두가지 경우까지 합하여 보면 상당히 많은 대조군이 필요했다. 그리고 이들의 경과를 알아보기 위해 주사 투여는 몇 달간 지속되었다. 이 과정에서 안타깝게도 많은 이들이 희생되었다. 염색체의 임의적 변화로 인해 다양한 질환이 복합적으로 나타났다가 체내에서 적응을 하지 못하고 사멸해 버렸다. 이 중 가장 오래 살아남은 대조군이 바로 21번 염색체를 1개 증사시키는 주사를 투여한 대조군이었다. 이들은 맨 처음 호흡기 질환이 더욱 악화되는가 싶더니 결국 완화되었고 모든 몸의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대조군을 조금 더 늘려 이 주사를 모든 이주민에게 투여하기 위해 실험은 몇 달간 더 지속이 되었다. 그 사이 유리 돔 안의 이주민들은 매일 더 많은 사람들이 죽어갔다. 상황이 계속 악화되자, 더 이상 임상시험을 오래 끌 수 없었기에 상부에서는 조속히 신약의 안정성을 통과시켜버렸다.  

일주일 뒤 백신 물량이 확보되자 전 이주민들은 지정 받은 요일에 해당 이주 구역 근처 병원에서 백신을 맞기 시작했다. 백신 접종은 접종 간격을 두고 총 3차까지 이뤄졌다. 다행히 백신 접종 이후 사망자가 눈에 띄게 줄었고 알 수 없는 원인으로 고통받는 사람들도 거의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이렇게 화성에 평화가 찾아오는 듯했다. 적어도 10여년간은 그랬다. 이후 이들은 그 다음 세대를 이어갔다. 아이들이 태어난 것이다. 그러나 아이들이 태어난 순간 모두들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이들의 생김새는 너무나도 비정상적이었고 생김새가 비슷했다. 미간 사이는 넓고 몸에 비해 머리는 너무 작으며 입술은 윗입술과 아랫입술이 뒤틀려 있었다. 태어난 아이들의 생김새가 모두 이러하니 도무지 손쓸 방법이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모두들 망연자실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도 그럴 것이 현재 모든 화성 이주민들은 21번 염색체가 3개이기 때문에 그들의 자손 또한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들을 낳은 부모 중 일부는 자신이 없다며 아이를 몰래 버리거나 위탁기관에 맡기기도 했다. 위탁기관은 더 이상 아이들을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수용 능력 한계에 다다랐다. 하지만 태어난 모든 아이들이 이러하니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의 생김새와 어눌한 말투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모두가 그러하니 말이다. 대신에 이 아이들을 위한 모든 사회적 시스템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머리가 기존 이주민들에 비해 작았기에 옷 상점에는 모자 사이즈가 작게 나오기 시작했고 안경은 미간이 넓은 그들을 위해 디자인을 새로 하였고 전자기기 속 음성 인식 시스템은 이들의 어눌한 발음을 알아듣기 위해 시스템을 업데이트 하였다.  

신기하게도 이들은 이주 1세대의 눈에는 비정상적으로 비춰졌으나 신체적 능력은 진화된 것이 분명했다. 그들은 화성에 적응하여 기존 이주민들보다 훨씬 월등하였다. 가끔 그들도 잔병치레는 하였지만 이전 화성을 휩쓸었던 그 질병이 다시 나타난 사람은 볼 수 없었다. 마치 오래 전 지구에서 천연두가 휩쓸고 지나갔을 당시 많은 지구인들의 목숨을 앗아갔지만 짧은 시간 안에 그 질병을 박멸한 것처럼, 화성에서의 그 일 또한 화성 인구의 60%를 앗아갔지만 지금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고요하기만 하다. 짧은 시간 안에 너무나도 많은 것들이 급격하게 변하고 변한 것들과 융합하는 과정에서 많은 혐오, 다툼도 존재했다. 그것이 자기가 낳은 자손일지라도 말이다. 하지만 다시 시간이 지나서 기존 이주민들이 나이가 들어 세대 교체가 되기 시작하니 그들이 소수자가 되기 시작했다.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이 역전되기 시작했다. 2세대 이후의 이주민들 눈에는 모두 다르게 생긴 생김새와 키 그리고 날카롭게 딱 끊어서 말하는 그들의 말투가 상당히 공격적으로 느껴 지고 거부감이 느껴 지기도 했다. 이런 불편한 공존의 시간을 지나 화성 이주자3세대가 등장하자 연로해진 대부분의 초창기 화성에 발을 내딛었던 사람들은 우주의 티끌로 돌아갔다. 그리고 화성에는 같은 생김새의 어눌하고 느릿한 말투를 가진 진화된 이들이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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