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고물상>, 전시 전경, 공간 일리, 2023
<Bora I-E>, 가변 설치, 2023
<디지털 고물상>, 웹 사이트, 가변설치, 2023
<Bora Bot>, Unreal 5 제작, 가변설치, 2023
Bora I-E
100년전 지구에서 한때 인터넷 브라우저 점유율의 대부분을 장악했지만 2022년 06월 15일부터 서비스가 종료된 Microsoft사의 Internet Explorer는 보안이 취약하고 호환성이 좋지 못한데다 플랫폼들이 PC에서 모바일 기기로 이동하고 크롬과 파이어폭스, 사파리 등이 등장하면서 막을 내리게 되었다. Internet Explorer의 죽음은 기술의 죽음, 더 나아가 지구인들에게 인터넷 세상에서 ‘죽은’ 상태로 떠다니는 것들에 주목하게 하였다. 2123년 현재 화성에 거주중인 지구 출신의 퇴역한 탐험가인 ‘Bora I-E(I-E는 Internet Explorer의 줄임말)’는 디지털 고물상을 운영하며 인터넷 세상에 떠도는 사용하지 않거나 버려지거나 기한이 지나버린 파일, 도메인 등 ‘인터넷 먼지’를 수집한다. 예를 들어, 메일함에 들어 있는 오래된 메일, 기한이 지나서 열어볼 수 없는 첨부파일, 쌓여 있는 휴지통 속의 파일 등을 수집한다. Bora I-E가 운영하는 디지털 고물상은 누구나 방문이 가능하며 ‘인터넷 먼지’를 고물상에서 거래할 수 있다. Bora I-E는 사람들이 수집해 온 인터넷 먼지의 용량에 따라 무게를 측정하여 그에 알맞은 nft로 교환하여 준다.(여기서 인터넷 먼지의 단위는 ‘D(Dust)’로 표기된다. Ex) 1d, 2d, 3d…) 거래 장부는 블록체인으로 기록하며, 수집된 인터넷 먼지를 화성의 화폐로 통용되는 가상화폐(nft)로 교환한다. 그리고 Bora I-E는 인터넷 먼지를 더 비싼 가격에 다시 기업체와 정부기관에 거래하며 nft를 발행 받는다. 거대 클라우드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기업체와 정부기관은 필요 없는 용량을 차지하고 바이러스를 일으키는 방대한 양의 인터넷 먼지를 디지털 고물상과의 거래를 통해 제거하고 쾌적한 디지털 환경을 구축한다.
<Scrap paper>, 전시 전경,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2023
<Bora Bot>, Unreal 5 제작, 가변설치, 2023
<디지털 고물상>, 웹 사이트, 가변설치, 2023
<Scrap paper>, Collagraph, 100x70cm(each), 2023
Scrap paper
‘Scrap paper’는 ‘종이조각’이나 ‘이면지’라는 뜻이다. 여기서 ‘scrap’은 종이, 옷감 등의 ‘조각’을 뜻하거나, ‘폐기하다, 버리다’ 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동안 본인은 극히 먼지처럼 마이크로(micro)한 입자들에 주목하여 그들의 흔적을 수집하는 작업을 하였다. 이 조각들은 본인의 생활 반경 속에서 그리고 더 나아가 우주와 가상 공간에서 수집하 하였다. 그리고 수집된 조각들은 한 화면 위에 모아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순간들을 판화 기법을 이용해 현재의 시간을 복제하였다. 이번 전시에서는 폐지를 종이 ‘조각’으로 보고, 완성체가 되지 못한 채 떨어져서 나온 조각들을 이용하여 밤 하늘의 별들을 수놓으려고 한다.
하늘 위 우리가 영원할 것 같다고 생각하는 태양의 생존 주기는 약 100억년 정도라고 한다. 태양은 연료로서 자신의 수소기체를 다 소모하면 핵반응이 뒤따르면서 적색거성(red giant)이 된다. 그 다음, 죽어가는 태양이 엄청난 열에너지를 방출하면 지구의 대양은 증발하고 대기권은 파괴되며 지표면의 모든 것들은 녹아버린다. 그리고 태양 자신이 가진 모든 연료를 소모하게 된다. 마지막 단계는 백색왜성(white dwarf)이 되고, 결국 흑색왜성(black dwarf)이 되어 광대한 우주 속에 한 점으로 남게 된다. 영원할 것 같은 태양도 시간이 지나면 밤 하늘의 별이 되고 어디에 선가 버려진 폐지도 밤 하늘의 별이 된다. ‘Scrap paper’의 또 다른 뜻인 ‘이면지’는 재사용 가능한 종이로도 읽히지만 본인은 남겨진 종이조각이라는 잉여물질이 밤 하늘의 별이 됨으로써 ‘이면’은 대치되는 풍경으로 읽어보려고 한다. 본인에게 먼지, 입자, 폐지는 어떤 본체의 부산물이자 조각이고 이것들은 결코 하찮지 않다. 우리가 어두운 밤 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볼 수 있는 것은 우주를 감싸고 있는 우주먼지가 가시광선을 흡수하여 밤 하늘을 어둡게 보이게 하기 때문인 것처럼, 종이조각도 비록 완성체가 되지 못한 채 남겨졌지만 우리 삶은 결국 이런 것들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